
어제 대표님이 갑자기 호출하셨다. 언젠가 한두번 세무사 시험 준비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씀드렸었다. 그리고 본인에게 상담 받으러 오라고도 말씀하셨었다. 근데 그게 어제였나보다. 그 전에도 세무사에 관한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그거 봤냐고 물어보셨다. 그리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집에 그냥 가기는 싫고, 헬스장 가는 것도 지겹고 해서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회사 근처에서 걷기 시작해서 서울대입구역쪽까지 걸어갔다.
1. 콤플렉스
요즘 운동을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선 꽤 큰 돈을 들여 PT 수업을 받고 있는데, 너무 좋다. 내 인생의 두번째 다이어트 시작이다. 이번에는 건강하게 많이 빼고 잘 유지해보자.
학창시절에는 외모 콤플렉스가 좀 심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생각할 것 같고, 내 다리보고 굵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지금이나 그 때나 키는 똑같은데, 훨씬 몸무게는 덜 나갔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20대가 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외모 콤플렉스가 많이 없어졌다. 내 얼굴도 맘에 들고 나름대로 만족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완전 콤플렉스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이성 앞에서 더욱 외모 콤플렉스가 확 드러났다. 너무 퉁퉁하게 생각할 것 같고, 내가 지금 연애를 못하는 게 다 뚱뚱해서인 것 같고 뭐 그랬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언젠가 한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언니나 나나 팔에 털이 많은 게 콤플렉스여서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없앨 수 있는 콤플렉스는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렇게 그 언니는 레이저 시술을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거다. 콤플렉스. 내가 나를 뚱뚱하게 보는 것도 싫고, 이성 앞에서 자신감 없어지는 모습도 싫어서. 그리고 뭔가 살 때문이라고 핑계대는 게 싫어서. 내가 어찌 못 하는 콤플렉스나 단점 말고, 내가 충분히 노력하면 없앨 수 있는 콤플렉스는 없애보고 싶어서.
왜 세무사 시험 준비를 얘기하면서 이 얘기를 꺼냈냐. 나의 또 다른 콤플렉스가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직업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이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건 여러모로 중요한 문제같다. 짧지만 꽤 많은 일을 해봤고, 여러 직장에서 근무해봤다. 어떤 때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어떤 때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대다수의 경우 내 직무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회의가 올 때가 많았다. 내 직무는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고,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 새롭게 도전한 분야가 세무였다. 세무사사무실에서 일하기 전에 세무도 경영지원, 총무, 기획 이런 걸 넓고 얕게 하는 직무를 담당했었다. 그 당시 그 회사 대표님은 뭔가 내가 경리 업무를 주로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경리 업무를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기획팀 소속으로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경영지원까지 했는데, 그에 대한 처우가 엉망이었다. 그 대표님의 마인드가 그런 처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와 함께 여러 이유 때문에 퇴사한 후에 꽤 긴 취업준비기간을 거쳐 세무사사무실에 취업했다. 처음에 세무사사무실에 입사했을 때는 너무 속상해서 우울하고, 울기도 울었었다. 그 전에는 다른 업무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세무일만 하는데 모두 이전 대표님처럼 이 직무를 바라볼 것만 같아서. 아무나 할 수 있으며,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로 바라볼 것 같아서. 자격지심이 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연봉도 정말 많이 낮춰서 세무사사무실에 들어온 거라 더욱 자격지심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일 하면서는 이 직무가 나름대로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굉장히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자격지심이나 컴플렉스가 없는 건 아니다.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이 나이에 받으면서 어찌 자격지심이 없을까 싶다.
이 또한 내가 극복할 수 있는 콤플렉스 중에 하나다. 노력만 한다면 세무사사무실 직원에서 세무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2. 간절함
대표님은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걸 싫어하고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언제 한번 배달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후줄그레한 복장으로 배달을 하면서 무시를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변호사사무실에 근무하는 변호사가 수트 입고 가방 들고 담배 펴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자신과 너무 비교됐었다고. 그런 수모?를 겪고, 자신이 저렇게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다가 세무사 시험을 보고 세무사가 됐다고.
솔직히 대표님과 세무사 시험에 대해 상담을 받을 때 선택과목을 뭘로 할지, 스터디는 해보셨는지, 학원을 다니셨는지 등등 구체적인 시험 공부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다. 그러나 대표님은 세무사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지, 간절함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라고 하셨다. 간절하게 공부한 사람들은 다 된다면서. 지금 조금 널널한 시즌인데, 이 때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세무사에 대한 정보도 많이 찾아보고 간절함이 생기는지 자신을 지켜보라고 하셨다.
참 중요한 이야기같다. 막연히 세무사 되면 좋지.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세무사가 되든 안 되든 이렇게 공부한 게 지금 내 직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테니깐. 간절함이 별로 없던 것 같고, 별로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걷고 걸으면서 내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봤다. 4-5년 뒤에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이들과 어울릴지.
3. 세무사가 말하는 세무사의 장점
대표님이 세무사의 장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보다 더 세무사에 대해 유튜브를 많이 찾아보신 것 같았다. 대표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나름대로 인정 받는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무시받지 않고,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 너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면, 세무사가 되는 것도 좋다고.
그리고 세무사는 보통 시즌과 비시즌이 있는데, 시즌 때는 바쁘지만 8-12월은 조금 한가하다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한두달 해외에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또 세무사 중에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 많다고도 하셨다. 왜겠냐. 골프칠 시간이 많아서라고. 의사나 회계사 등등은 본인이 바쁘게 일해야 하는데 세무사는 조금 덜 하다고. 이런 말도 덧붙이셨다.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할 때, 아이 학교에서 호출할 때 비교적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며.
또 근무 세무사는 초봉이 막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봉 상승률이 높다고. 매년 연봉 순위 10위안에는 든다며.
마지막으로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근무 세무사로 일하다가 때려치고 나와서 개업할 수도 있고, 세무 강의를 할 수도 있고, 경영 컨설팅을 할 수도 있고, 영리기업으로 갈 수도 있고, 공사도 갈 수 있고,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며.
정리해보자면, 1 안정적이고 번듯한, 인정받는 직업 2 비교적 자유롤운 시간 3 연봉 4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 이 장점이겠다.
4. 내가 시험을 준비하고 싶은 이유와 하기 싫은 이유
내가 시험을 준비하고 싶은 이유는 정말 많다.
1 앞서 말한 것처럼 직업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서 세무사가 되고 싶다. 물론 지금도 나름 직무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없기에.
2 요즘 가장 자주 생각하는 건 돈이다. PT를 20회 끊었는데, 벌써 11회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정상체중으로 갈 때까지는 PT수업을 계속 받고 싶은데, 돈 나올 구멍이 없다. 가뜩이나 작고 소중한 월급은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데 쓰일 뿐이다. 앞으로 2-3년, 4-5년 뒤에는 어떨까. 내가 세무사가 되지 않는다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다. 기업에 갈 수도 있고, 세무법인이나 또 다른 세무사사무실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는 많은 돈을 벌겠지만, 아니 그래야하겠지만, 눈에 띄게 오르진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건 PT말고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번번히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시간을 좀 더 투자하더라도 연봉을 확실히 올릴 수 있는 방법이겠지.
3 PT하러 갈 때 골프장도 지나가는데, 골프 치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물론 지금은 시간도 돈도 없다. 근데 세무사는 시간적 여유도 물질적 여유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니 요즘 같은 시대에 최고의 직업이 아닌가
4 마지막으로 내가 경험해본 직무 중에 가장 잘 맞는 직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님이랑 얘기하면서 이 것도 말씀 드렸었는데, 어쩌면 가장 크고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막상 세무사가 된 사람 중에서도 이런 일이 적성에 안 맞으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 테니깐.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싶고, 세무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정말 많은데, 하기 싫은 이유는 하나다. 귀찮아서.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그나마 비시즌이라 운동하는 시간이 있는 건데, 여기서 시험 준비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려면 잠을 줄이거나 해야 하는데, 그걸 포기할 생각보다는 안주하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당연히 세무사사무실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다. 물론 당장 그만 두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근데 대표님이 직장 다니면서 1차 시험 합격할 수 있다고 하셨다. 2차 시험은 시간이 부족하지만, 1차는 가능하다고. 직장 다니면서 1차 못 붙는 사람은 그만 두고 준비해도 못한다면서. 내가 직원이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지 뭔지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 같다.
그래서 그냥 마냥 시험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했을 때는 잠 줄일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나의 미래와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면서 이 시험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아주 조금 느끼고 있다. 이런 생각이 깊어지면 절실함이 생기고, 그러면 자연스레 시간 관리를 하면서 이 시험에 시간과 마음을 쏟겠지.
시험을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먼저 다져야할 것 같다. 선택과목을 뭘 할지, 스터디는 어떻게 할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주셨다. 어찌됐든 참 고마우신 분이다. 밥 한 끼 대접해야지. 물론 코로나 좀 잠잠해지고, 내일채움공제 타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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